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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인 중독, "환희는 사라지고 악마와의 씨름만 남아"

"처음 맞았을 때는 천국에서 하나님과 춤추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약발이 다하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져 악마와 씨름을 하게 된다." 2세 한인 오준호(26)씨는 22살에 처음 헤로인을 접하고 중독되어 감옥과 의료시설을 전전했다. 뉴저지에 사는 그는 2014년 환각상태로 한인타운인 팰리세이즈파크에서 운전하던 중 한인 모자가 탄 SUV와 경찰차를 치고 도주하는 등의 기행으로 실형을 살기도 했다. 그의 인생을 나락으로 내몰았던 헤로인에서 현재 18개월째 벗어났다는 오씨에게 약물 중독의 무서움에 대해 들어봤다. - 언제 처음 헤로인을 접했나. 22살 뉴저지 흑인 빈민가 근처에서 델리가게를 운영할 때 헤로인을 처음 접했다. 당시 동거하던 여자친구와의 가계를 책임져야 했고, 매일같이 싸웠다. 비즈니스와 집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탈출할 곳이 필요했다. 가게 손님들 중 헤로인을 사용하거나 파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알았고, 유독 집에 가기 싫었던 어느 날 가게 인근에서 한 손님으로부터 헤로인을 구입했다. 5달러였다. - 환각 상태와 금단 증세를 묘사한다면. 약을 처음 투입했을 때, 마치 천국에서 하나님과 춤을 추는 기분이 들었다. 몸에 에너지가 넘치고 무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하이'가 끝나고 '로우'가 오면 불구덩이에서 악마와 씨름을 하는 기분이다. 그때까지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몸살이었다. 비오듯 땀이 흐르고, 몸이 타올랐다가 금새 으스스 차가워졌다. 마치 죽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헤로인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다보면 그나마 '하이'도 오지 않는다. 쾌락이 아니라 고통을 피하고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계속 맞는 것이다. 피부가 거무접접해지고, 몸무게가 빠진다. 감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절망 상태에 빠진다. 이전에도 마약을 사용해봤지만, 헤로인처럼 중독성이 강한 것은 없었다. - 헤로인에 중독된 한인 친구들이 있나. 헤로인 중독으로 감옥과 의료시설을 들락거리는 한인 친구들이 몇명 있는데, 2세들이고 미국화된 이들이다. - 어떻게 중독에서 벗어났나. 뺑소니 사건으로 총 9개월 실형을 살며 어쩔 수 없이 마약을 끊게됐고, 출소 후 손을 대지 않고있다. 중독은 정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헤로인 중독은 전국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 흑인, 백인들의 이야기만 뉴스에 나온다.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아시안 청년들을 위해 내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는 중이다. 조현범 기자

2016-04-22

‘마약’ 남의 일이 아니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애틀랜타 북부 교외지역에서 마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학교는 물론 교회에서까지 마약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풀턴 카운티 검찰청은 최근 풀턴 교육청 전직원에게 헤로인 사용실태와 위험성에 대한 학생지도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헤로인이 겉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본지가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풀턴의 헤로인 사망자는 2010년 4명에서 작년에는 93명으로 급증했다. 검찰청은 “5년간 증가율이 무려 2000%”라고 강조하고, “사망자들 중 52%는 카운티 북동부 교외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바로 존스크릭, 알파레타 등 한인들의 밀집 거주지역이다. 헤로인은 값이 싼대신 남용하면 인생을 파멸로 이끄는 무서운 중독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도심지역 빈민가에서 많이 유통되어 왔다. 하지만 의료계의 마약성 진통제 과잉 처방 등으로 인해 약물 의존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교외의 백인 중산층 지역까지 값싼 헤로인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헤로인 확산으로 인해 존스크릭, 노스뷰, 차타후치, 알파레타 고교 등 이 지역 학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직원은 “한 한인 남학생이 급우들에게 헤로인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지난해 드러나 특별 관리를 받기도 했다”며 “대마초 수준이 아니라, 헤로인같은 강력 마약이 이 지역 학교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 없다”고 전했다. 존스크릭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강창석 내과전문의는 “얼마 전까지 헤로인 중독으로 치료받은 한인 학생이 있었다”며 “약물조절로 중독 치료를 돕고, 전문 디톡스 기관에 의뢰했으나,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약물중독은 삶과 가정의 아픔 가운데서 습관적으로 재발하기 때문에 의료적 진단과 치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고 조언했다. 본지가 이 지역 학교에 재학중인 다수의 한인 학생들과 인터뷰해본 결과, 전교생이 피부로 느낄만큼 헤로인 사용이 확산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노스뷰고교에 다니는 이모 군은 “마리화나를 피우는 한인 학생은 많지만, 헤로인은 아직 돈많은 백인 학생들의 문제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노스뷰는 아시안 학생들이 워낙 많아 마약 문제가 심각하지 않지만, 알파레타와 존스크릭 고교는 좀 더 심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존스크릭고교 임모양은 “한인 친구들 중 시험기간에 집중력 향상을 위해 주의력결핍 행동장애(ADHD) 처방약을 먹는 아이들은 있지만, 헤로인 문제는 아직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해 마약이 아직 한인 학생들에게까지 깊숙히 침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생들이 헤로인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는 일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기자가 21일 10대들이 자주사용하는 한 익명 게시판 앱에 “헤로인을 사고 싶다”라고 올려보니, 30분도 채 안돼 “옥시콘틴 20mg과 하이드로몰폰 4mg을 7달러에 주겠다”는 메세지가 왔다. 강창석 박사는 “학교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판매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고 알고있다. 일단 한번 시도해도 본인의 의지만 강하면 혼자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헤로인을 모르는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열린 소통이 가능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데, 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는 이민자 가정에서는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현범 기자

201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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